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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써보는 글

오늘은 왠지 누군가가 떠오른다. 조금씩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이 때에, 나는 불현듯 누군가가 떠오른다.

 그의 말대로, 나는 내가 꼴릴 때마다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의 무거운 말대로, 나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던 말던 내 마음대로이다. 그의 무거운 욕설대로, 어디까지나 내 마음대로이다. 내 마음대로이다. 나는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그가 생각하던 것 처럼, 나는 제 멋대로니까, 나는 또 제 멋대로 그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말이 나오니까 하는 말인데, 까짓거, 무슨 상관 있겠는가. 그 사람이 말라 바스러지든, 그 사람이 외로움에 몸서리치든, 그 사람이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져있든, 그건 다 그 사람 마음이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는 내가 아니다. 나는 지금 여하튼 그의 상태와는 거리가 먼 상태에 살고 있다. 나는 어쨌든 날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을 사람이 있고, 나를 나름 솔직히 표현해도 될 사람이 있고, 나 스스로가 괜찮다고, 아니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왜 하필, 그의 그런 글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

 과거를 떠올려 본다.  나는 그를 괴롭히던 건조함과 텁텁함, 지독한 자기혐오에 대해, 당사자인 그보다 더욱 더 치열히 - 그리고 오지랖넓게 - 싸웠다. 그래서 나는 Qualification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 나는 그를 구원할 자격이 있다고 - 나는 싸웠고, 싸우고, 또 싸웠지만, 결국은 비참하게 패배했다. 나는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졌고, 내 인생은 점점 텁텁해졌고, 나는 그 지독한 외로움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아마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자격이 있다고. 그로 인해 그가 안고 가던 짐을 그대로 안았으니, 나에게는 여전히 그에 대한 일말의 자격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데, 내가 그의 짐을 안은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고통이 줄어들진 않았다. 도리어 나로 인한 짐만 더 늘었을 뿐. 돌이켜 보면, 나는 그에게 있어 완전한 타인이었고, 완전한 타인이고, 앞으로도 완전한 타인일 것이다. 나에게 그에 대한 자격 따위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나에게 큰 죄가 있었던 것은, 여전히 아닌 것 같다. 나는 단지 그를 사랑했다. 것도 나름 절실히 사랑했다.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들을 떠안을 만큼, 온전히 그를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할 만큼, 나는 그를 절실히 사랑했다. 우리 관계의 가장 큰 잘 못은,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그 사랑이 서로에게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서로가 즐겼다는 것이다. 그 사랑은 마치 블랙홀 처럼 우리를 잡아 당겼고, 우리를 심연으로 집어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잘못이 있던 없던, 나는 그에게 아무런 자격이 없다. 다만 내게 허락된 것이라곤 가끔 그의 글을 관음하면서, 그의 고통을 나도 아주아주아주아주 조금씩이나마 느끼는 것 뿐. 그리고 내게 허락된 공간에 이렇게 말이나 몇자 쓰는 것 뿐. 하지만 나는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에게 허락된 것이 어느 만큼인지. 나는 여전히 그를 '많이' 좋아하고 있고, 그렇기에 그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리고 그는, 그가 내게 어떻게 대하든 말든, 내가 알고 있는 사람중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제발 이 글을 그가 보길 바라며.

Fin.

# by 노래하는장돌뱅이 | 2009/06/14 15:51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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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ragrant at 2009/06/19 23:29
휴가 나오면 연락 좀 해 이것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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